1. 음악을 사랑했던 소년 미구엘
멕시코의 한 마을에 사는 12살 소년 미구엘의 집안사람들은 대대로 음악을 즐기는 것을 금지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하겠다며 아내와 어린 딸 코코를 두고 멀리 떠났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낀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가족사진에 나온 고조할아버지의 얼굴을 없애고, 집안에서 음악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는 구두 만들기를 가업으로 유지해오게 됩니다.
한편 미구엘은 골방에 숨어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며 가족들 몰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광장에서 구두닦이 일을 하다 어떤 한 음악가를 만나 망자의 날 노래 대회가 곧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망자의 날 당일 미구엘의 강아지 단테가 제사상에서 난동을 부리다 고조부모의 사진이 떨어지는데, 미구엘은 이 사진에서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보고,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델라크루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가문에 전설적인 음악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구엘은 가족들에게 음악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하지만, 화가 난 할머니는 그의 기타를 산산조각 냅니다. 이에 상처를 입은 미구엘은 집을 뛰쳐나와 기타를 빌리려 전전긍긍하다가 실패하고 공동묘지에 있는 델라크루즈의 기념관에서 그의 기타를 훔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델라크루즈의 기타 줄을 한 번 튕기자, 망자의 날에 죽은 자의 물건을 건드린 탓에 유령이 됩니다.
2. 델라크루즈를 찾아가는 미구엘의 여정
유령이 되어 당황하며 묘지를 헤매던 미구엘은 우연히 조상의 영혼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들은 매년 돌아오는 망자의 날마다 죽은 유령들이 저승과 이승을 잇는 금잔화 다리를 건너 가족들의 집에 방문해 제사 음식을 먹고 간다는 사실을 미구엘에게 알려줍니다. 단, 이승의 누군가가 죽은 자를 기려 그 사진을 제사상에 올려놓아야만 죽은 유령들이 이승으로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미구엘의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이승으로 가지 못해 금잔화 다리 입구의 직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구엘이 고조부모의 가족사진을 제단에서 빼낸 바람에 이멜다가 이승으로 갈 수 없었던 것이었지요.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그녀는 미구엘이 금잔화 꽃잎을 만지며 조상의 조건부 축복을 받으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따라, 미구엘이 앞으로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고, 본인의 사진을 제단에 돌려놓는다면 그를 축복해 주겠다고 얘기합니다. 미구엘은 마지못해 이멜다의 축복을 받고 이승으로 돌아오지만, 음악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기에 이내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만져 순식간에 돌아옵니다.
저승으로 돌아온 미구엘은 이멜다로부터 도망쳐 나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델라크루즈라면 이런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저승에서도 대스타인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조금 전 금잔화 다리를 변장한 채로 건너려다 실패한 헥토르라는 망자를 만나는데, 그가 에르네스토와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고조 할아버지를 만나게 도와달라 부탁합니다. 헥토르는 이를 도와주는 대신, 미구엘이 이승으로 돌아갈 때 자신의 사진을 가지고 가 자신이 망자의 날에 이승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과연 미구엘은 델라크루즈를 만나 그의 축복을 받고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헥토르는 다시 한번 이승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헥토르가 그토록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진실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는 미구엘에게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게 될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 영원히 나를 기억해 줬으면 하는 사람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2018)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97%를 비롯해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후세계와 죽음이라는 소재를 멕시코 문화가 엿보이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비록 한 사람의 인생이 덧없이 끝날지라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의 인생이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미구엘이 자신의 할머니 코코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에서, 음악이란 매개체로 잊어버렸던 가족을 이어주고 변치 않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낼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Know that I’m with you the only way that I can be. Until you’re in my arms again, remember me.”
작별 인사를 해야 하지만, 우리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를 기억해 달라는 <Remember Me>의 가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누구에게나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나를 영원히 기억해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인생의 끝을 마주하려 달려가는 길에 노래로, 글 또는 그림으로, 혹은 다른 방식들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다룬 인생 영화, 코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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