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기꾼, 범죄자, 도망자 프랭크와 그를 쫓는 칼 핸래티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15세 때부터 사람들을 속이기 시작해 희대의 사기꾼이자 수표 위조범으로 여러 차례 체포되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현재 보안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실존 인물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Frank William Abagnale Jr.)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가짜 수표를 위조하고 거짓으로 파일럿, 의사, 변호사 행세를 하며 도망을 다니는 프랭크와 그를 추격하는 FBI 요원 칼 핸래티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프랭크는 사업가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사기를 통해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었고,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고소당합니다. 사업도 이내 망해 프랭크의 가족은 집과 자동차를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삶은 어려워졌지만 재치 있는 화술과 유머감각,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아는 그의 아버지에게 프랭크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새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건 양아치에게 화가 난 프랭크는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교사 행세를 하며 양아치를 골려주고, 일주일 동안 프랑스어 수업을 하고 학부모 회의를 하는 등 대담한 행동을 보입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프랭크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변호사는 이혼 후 프랭크가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구랑 살 것인지 이름을 쓰라며 프랭크에게 서류를 건네주지만,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던 프랭크는 그 길로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준 계좌와 수표 뭉치를 챙겨 집을 도망쳐 나옵니다. 졸지에 가출 청소년이 되어 방황하던 프랭크는 우연히 팬 아메리카 항공 기장이 승무원들을 이끌며 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환대를 받는 모습을 보고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우선 항공사를 취재하려는 학생 기자로 위장해 조종사가 쓰는 말이나 입는 옷을 조사합니다. 또한 모형 비행기에 붙은 항공사 마크를 떼어 마치 팬 아메리카 항공에서 월급으로 발행한 것 같은 위조 수표를 만들고, 유니폼을 구매하여 입고 파일럿 행세를 하고 다니자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호텔에서 위조 수표를 사용하다 꼬리가 잡힌 프랭크는 호텔 방에 쳐들어온 FBI 요원 칼 핸래티를 마주합니다. 하지만 능청스럽게도 프랭크는 본인을 미국 첩보부에서 나온 배리 앨런이라고 소개하고, FBI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프랭크를 뒤쫓고 있었으며 범인은 이미 자신이 잡았다고 사기를 칩니다. 이런 프랭크에게 칼 핸래티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의 지갑을 통째로 주며, 증거를 차에 싣는 동안 방에서 잠시 대기하라고 하고 그 길로 도망쳐 나옵니다. 프랭크가 나간 뒤 지갑을 열어본 칼 핸래티는 신분증은 없고 각종 물건들에서 떼어낸 상표들로 지갑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지만 프랭크는 이미 도망치고 난 뒤였습니다.
프랭크는 FBI에서 자신을 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종사를 사칭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기꾼 ‘스카이웨이맨’이 신문에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그는 조종사 사칭을 그만두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병원에 가짜 하버드 의대 수석 졸업장을 포함한 위조 이력서를 제출하고 외과 의사가 됩니다. 프랭크는 병원에서 간호사 브렌다를 만나 순수한 그녀와 결혼을 하고 정착해 자신의 외로움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습니다. 약혼 허락을 받기 위해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전직 검사이자 현재 변호사인 장인어른에게 프랭크는 자신도 법대를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칩니다. 의사이자 변호사 자격도 있는 프랭크가 맘에 든 브렌다의 부모님은 약혼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프랭크와 브렌다의 약혼식 날 칼 핸래티와 FBI가 식장에 들이닥칩니다. 프랭크는 브렌다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이틀 뒤 공항으로 와 미국을 떠나 새 출발을 하자며 도망치지만, 당일 공항에 FBI가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행기를 타는 데 실패합니다. 이후 그는 다시 팬 아메리카 항공사 조종사로 사칭해 지역 대학교에서 가짜 승무원 선발 이벤트를 열고 거기서 직접 뽑은 스튜어디스로 연막을 쳐서 가까스로 미국을 탈출합니다.
미국 탈출 후 프랭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위조 수표를 계속 찍어내며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불굴의 칼 핸래티가 과연 여러 나라를 떠돌며 가짜 돈을 흥청망청 쓰는 프랭크를 끝내 잡아낼 수 있을까요? 사기를 치며 돈을 벌어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도망자 떠돌이 신세로 계속 살아온 프랭크에게는 늘 마음 한편에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는 크리스마스이브 때마다 달리 전화할 곳이 없어 칼 핸래티에게 전화를 걸고 이런 거짓된 삶을 전부 다 끝내고 싶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하지요. 사기 행각과 도망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프랭크를 칼 핸래티가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2. 러닝타임 내내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프랭크의 쇼타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은 로튼 토마토 평점(신선도) 96%를 받았으며 제작비 5,200만 달러의 6배에 달하는 3억 5,2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었습니다. 프랭크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경쾌하고 놀라운 사기극을 벌이면서도 내면의 갈등을 잘 연기해 제60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드라마 부문에 후보 지명되었습니다. 범죄 장르 영화임에도 무겁고 진지한 모습이 아닌 재치 있고 화려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만, 그와 동시에 그 뒤에 감추어진 주인공의 고뇌와 변화 과정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멈출 수 없는 거짓 속 한 인간의 비애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담아냅니다. 프랭크는 줄곧 자신의 돈도, 직업도, 심지어 이름조차도 모든 것이 거짓인 삶을 살아왔기에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낍니다. 거짓으로 화려한 인생을 사는 것은 공허함만 남길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칼 핸래티가 프랭크를 쫓는 마지막 순간, 칼 핸래티가 말합니다. ‘프랭크, 뒤를 돌아봐. 아무도 널 더 이상 쫓지 않아.(Look, Frank. Nobody is chasing you.)’
영화 속 칼 핸래티의 말처럼 거짓말로 사는 것이 쉬운 순간들이 있지만, 계속된 거짓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스스로도 멈출 수 없는 거짓의 굴레에서 프랭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인생의 끝에 어떤 다른 결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화려한 임기응변과 계속되는 반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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