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루스 웨인, 트라우마와 방황의 시간을 겪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은 웨인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는 고담 시의 유서 깊은 가문 웨인 가의 상속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 브루스는 소꿉친구 레이철과 정원에서 놀다가 실수로 깊은 동굴 속으로 빠지고, 그에게 수십 마리의 박쥐 떼가 날아와 덮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박쥐를 무서워하게 된 브루스는 부모님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던 중 한 대목에서 박쥐가 나오자 다시금 공포심을 느껴 공연 중간에 집에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공연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노상강도 조 칠(Joe Chill)이 습격하여 브루스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이고 브루스는 고아가 됩니다. 부모의 목숨까지 앗아가 버린 범죄의 온상 고담 시티에 환멸을 느낀 브루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해지기 위해 세상을 떠돌며 자신을 단련합니다.
브루스가 23살이 될 즈음 살인자 조 칠에 대한 재판이 열립니다. 브루스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 칠이 재판장에서 나올 때 총을 숨겨놓고 기다리지만, 그가 습격하려던 찰나에 고담 시의 악명 높은 마피아인 팔코니의 암살자가 조 칠을 먼저 총으로 쏴 죽입니다. 팔코니는 조 칠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그를 죽인 것이었습니다. 이후 브루스는 어느 으슥한 골목의 술집에 있는 팔코니를 찾아가는데, 팔코니는 자신이 조 칠과 함께 감옥에 있었을 때 브루스의 아버지가 조 칠에게 살려달라고 개처럼 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브루스를 조롱합니다. 이에 화가 난 브루스는 팔코니와 주먹싸움을 하고, 이후 약 7년 동안 종적을 감추고 범죄자들의 소굴로 들어가 도둑질을 저지르며 범죄자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방황하던 브루스는 아시아의 한 고산지대에서 그림자 동맹(League of Shadow)의 헨리 듀커드(Henri Ducard)를 만납니다. 그림자 동맹은 부패한 인간 문명을 바로잡겠다는 명목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라스 알 굴(Ra’s al Ghul)을 수장으로 하는 국제 테러 단체였습니다. 브루스는 헨리에게 수년간 혹독한 수련을 받고 마침내 동맹에 정식으로 입단할 것을 제안받지만, 고담을 멸망시키겠다는 그림자 동맹의 뜻에 반대해 그들의 본진을 불태워버리고 고담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2. 배트맨의 탄생, 위험에 빠진 고담 시를 구하다
여전히 범죄와 악행으로 멸망해가던 고담 시에 돌아온 브루스는 웨인 엔터프라이즈 응용과학부의 루시우스 폭스(Lucius Fox)의 도움을 받아 방탄복과 무기를 제작하고 범죄를 소탕하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고 공포심과 두려움을 유발해 적들을 물리치는 배트맨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에 고담 시는 배트맨을 위험인물로 간주하지만, 부패하지 않았던 형사 제임스 고든(James Gordon)만은 배트맨을 신뢰합니다.
한편 자신의 정체를 비밀로 하기 위해 파티를 즐기며 방탕하게 사는 것처럼 연기하던 브루스는 자신의 옛 친구이자 고담 시의 검사인 레이철을 우연히 다시 만납니다. 브루스와 함께 온 여자 둘이 호텔 분수에서 수영을 하자 직원이 그들을 쫓아내려 하는데, 브루스는 본인이 호텔을 통째로 사고 분수 관련 규칙을 바꿀 것이라며 직원에게 수표를 건넵니다. 이를 본 레이철은 “너를 정의하는 것은 너의 생각이 아니라 너의 행동이야”라고 따끔하게 얘기하며 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냅니다.
레이철은 부패 권력과 밀접히 연결되어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마피아의 횡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레이철이 범죄자를 기소할 때마다, 마피아 두목 팔코니가 고담 시의 정신과 의사 조너선 크레인(Jonathan Crance)과 손을 잡고 심신 미약 등의 명목으로 범죄자를 감옥이 아닌 병원으로 교묘히 빼돌렸던 것입니다. 그 대가로 크레인 박사는 정체불명의 약을 밀수하고 있었습니다.
크레인 박사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레이철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하는 가스를 분사해 그녀를 죽이려 하지만, 배트맨이 등장해 레이철을 구하고 크레인 박사에게 역으로 공포 가스를 분사하고, 이 일의 배후에 라스 알 굴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라스 알 굴은 웨인 엔터프라이즈로부터 빼돌린 액체 증발기로 수도관을 증발시켜 도시 전체에 공포 가스를 살포할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포 가스가 도시 전체에 퍼지면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서로 죽고 죽이는 참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배트맨과 의로운 형사 고든은 악당들의 계략을 막을 수 있을까요? 경찰마저도 범죄 조직과 연루되어 타락해가는 고담 시에서 정의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배트맨의 활약을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정의로운 행동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다
배트맨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웠습니다.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이 인간이 아닌 신으로서 묘사되거나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배트맨은 분노와 두려움을 내면에 숨긴 채 살아가는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에 생긴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굴복하지 않고,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올라 살인을 저지르거나 사회를 파괴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브루스는 이런 자신의 내면을 악에 맞서 싸우는 긍정적인 힘으로 승화시켜 도시를 구해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의를 되찾기 위해 나약함을 극복하고 이겨냈다는 점에서 배트맨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두려움은 무엇인가요? 현재 자신을 좌절하게 만드는 대상이나 상황이 있다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 보기 바랍니다.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배트맨의 명대사처럼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영웅이 되어 행동한다면 자신의 한계도 마침내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배트맨 비긴즈에 대한 평가
DC 코믹스의 캐릭터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The Dark Knight Trilogy)는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총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배트맨 비긴즈는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에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속도감 있는 액션 장면, 그리고 배트맨에 대한 깊이 있는 재해석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등을 제작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감독을 하고 공동각본을 쓴 배트맨 비긴즈는 네이버 네티즌 평점 8.94 / 10, 로튼 토마토 평점(신선도) 84%로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강력한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단순한 서사 구조가 아니라, 박쥐 가면으로 내면의 아픔을 감춘 채 정의를 위해 싸우는 배트맨이 관객들에게 지지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여러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후 대흥행을 기록한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출발점이 되는 영화인 만큼, 배트맨 비긴즈를 보시고 재미와 감동을 함께 얻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댓글